디지털 학습 늘어나는데, ‘온라인 교실’ 준비됐나요?
-‘온라인 교실’로 불리는 학습관리시스템 LMS
-과정중심평가, 고교학점제, 디지털 학습 위해 필요해
-교사들의 자발적 도입 느는 추세지만 규제로 어려워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는 학습관리시스템으로 교육이 온라인 상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라 ‘온라인 교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과정중심평가, 디지털 학습, 고교학점제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교육 현장에서는 도입에 대한 고민이 크다.
‘맞춤형 학습’ ‘AI 학습자 분석’ ‘빅데이터 교육’…
디지털 학습이 확대되며 미래 교육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사회·과학·영어 교과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디지털 교과서를 제공한다. 원활한 활용을 위해 2021년까지 스마트패드 38만5600여대도 보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래 교육에 대한 청사진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로 정보를 접하고 학습하면, 교사도 수업과 평가를 종이가 아닌 온라인 시스템으로 해야한다”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게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라 칭하는 학습관리시스템”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학생은 과제물을 올리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교사는 학습 자료를 나눠주고 평가할 수 있어 ‘온라인 교실’이라고도 불린다.
◇ 과정중심평가 등장하며 주목 … 고교학점제 도입 위해 필요
우리나라에서 LMS는 과정중심평가가 등장하며 주목받고 있다. 과정중심평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내세우는 평가방식이다. 중간고사·기말고사와 같은 시험을 보며 학습이 끝난 뒤 학습 여부를 파악하는 것과 달리, 교사가 학습 중간에도 학생의 학습 상황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줘야 한다.
“과정중심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수업 시간 내에 모든 학생의 학습 상황을 관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디지털 기기로 LMS에 수행평가나 조별 공유 문서를 남겨두면, 교사가 추후 확인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어 효율적으로 과정중심평가를 할 수 있죠.” 구글의 LMS인 구글 클래스룸을 학교에 전면 도입한 정성윤 대구 심인중 정보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특히 2025년에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도 LMS 도입이 절실한 이유로 꼽힌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교에서처럼 과목을 선택해 들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채우는 방식이다. 개별 학교에서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제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여러 학교가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인규 한국교육연구소 소장은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온라인 공동교육과정·지역사회 학습장에서의 학교 밖 학습경험이 활성화할 것”이라며 “다른 학교나 교외 기관에서 수업을 듣거나, 온라인으로 강의를 이수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다양한 기관에서 이뤄지는 학습 경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IT 기업의 LMS 도입 늘었지만, 정부 규제로 어려운 지역도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 사용할 수 있는 LMS는 마땅치 않던 실정이다. 교사들은 주로 자료를 올리고 채팅도 할 수 있는 각종 SNS를 임시방편으로 활용해왔다. 정부 기관에서도 만든 플랫폼이 있긴 하지만 사용률이 높지 않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할 플랫폼으로 개발한 위두랑, 사이버 학습 플랫폼으로 만든 e학습터가 대표적이다. 위두랑은 지난달 기준 50만명가량이 활용했으며, e학습터의 경우 작년 기준 약 23만명이 사용했다.
이에 교사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IT 기업의 LMS를 자체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많이 도입하는 LMS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구글의 ‘구글 클래스룸’ 등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조기성 서울 계성초 교사(스마트교육학회장)는 “도입하는 학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구글 클래스룸 활용에 필요한 구글 생산성 도구(G-Suite for Education)를 설치한 초·중·고등학교는 전국 약 120곳”라고 밝혔다.
자발적인 도입 노력에도 LMS 구축이 쉽지만은 않다. 교육청에 따라서는 구글 등 외부 포털 계정을 학교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어서다. 이에 교사들은 SNS상에서 각종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 LMS 도입 방안 논의해야 … 향후 과제는 ‘데이터 활용 범위’
교육 현장에서는 LMS 도입 방안을 공식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 정보부장은 “과정중심평가를 도입했을 때부터 교육 현장에서 평가방식이 변화할 수 있도록 LMS를 정부 차원에서 안내했어야 한다”며 “고교학점제 도입을 앞둔 만큼 논의를 시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학교와 교육청이 개별적으로 에듀테크 기업이 개발한 LMS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미국은 학군별로 자율적으로 도입하며, 에듀테크 강국 영국은 학교가 교육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급한다. 국가 차원에서 일괄 도입하는 경우도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013년 교육부 차원에서 전 세계 1200만의 사용자를 지닌 프로그 에듀케이션(Frog Education)을 도입했다. 뉴질랜드 교육부는 구글과 협약을 맺고 작년 1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모든 통합학교에 크롬 교육 라이센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도입하더라도 과제는 남아있다. 주된 쟁점은 데이터 활용 범위다. 교육공학자인 송동길 샘휴스턴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LMS는 빅데이터와 연계돼,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려는 연구가 한창”이라며 “논쟁이 되는 부분은 ‘데이터 제공 범위’로 학생 개인 데이터를 누구에게 어느 정도로 제공할지에 대한 논의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은 개인정보 보호법(GDPR)을 제정해 개인이 IT 기업에 데이터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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